보통은 서민님 홈피에서는 눈팅수준에서 머물다 가고, 간혹 댓글 다는 것으로 소임을 마치는 편입니다만... 이번에는 몇마디 더 써야 할 것 같아서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서민님글, 참 재밌고 배울점이 많죠. 게다가 이 홈피에 글 올리시는 다른 분들의 글솜씨와 생각또한 여러모로 뛰어나고 여간 훌륭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디워' 논쟁에 관해서만은 좀 다르고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관심없는 분들은 또 성가신 이야기 한다고 눈쌀을 찌푸리시겠지만 제 다른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민님도 아시다시피 전 '영화'라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영화 그 자체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쟁의 거리는 가장 먼저, 충무로가 뭔데, 평론가라는 게 뭔데 잘난척이냐 인것 같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가지고 있던 권위라는 게, 그에 걸맞는 실력과 경험없이 그저 파워만 부리는 거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에 비해 그 반대쪽에서는 말하는 이들은 디워라는 영화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영화를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가 옳바르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계속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디워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만하면 됐지, 왜 열심히 하는 사람을 그렇게 씹어돼나. 뭔가 음모가 있는 거 아니냐? 음모까지는 아니더래도 끼리끼리 모여 기존 권위를 가지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짖누르는 비겁한 행위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면 옳은 각도의 시각일 수 있겠으나, 그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분위기는 저역시 '황우석사건'때를 연상케 합니다. 아마도 월드컵의 집단적 즐거움을 맛본 기억이 자꾸 잘못된 반복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뭘까요? 제 생각으론 '보는 이가 행복하고 감동하고 스스로를 더욱 크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한 '영화는 보는 이의 것'이란 명제는 제겐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보는이는 변화발전해야 하고 , 따라서 영화도 변화 발전해야 합니다. 어제, 아니면 어릴때 명작이 그자리에 멈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평론이나 영화제는 그런 연유에서 존재합니다. 보기 편하다고 영구와 땡칠이, 허리우드 액션영화에 멈춰있다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순기능과 깊고깊은 즐거움을 놓치게 되는 겁니다. '영화를 보는 이'는 한순간에 서있는 (그럴수도 없지만)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끝없이 더 좋은 영화를 찾아보고 때론 어려운 영화(더 깊고 많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겨있어 어려울 수 밖에 없는)도 참고 반복해 보기도 하는 겁니다.(그런 애를 쓴 덕분에 저 역시 무릅을 치며, 때론 입을 벌리고 그 진면목을 발견한 그 순간의 충격들을 즐길수 있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영화평론가가 있고, 영화제도 있는 겁니다. 잘못된 영화평론가도 있고, 엉터리 영화평도 즐비합니다. 하지만, 평론이란 매개는 세상 영화를 다 찾아볼 수 없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친구입니다. 분명히 틀린 소리를 하거나 현학에 휩싸여 죠다짓하는 글쟁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평론 자체가 사라진다면 아마 영화라는 매체자체도 악순환만 반복하다 사라질거라 봅니다. 쉴새없이 세상이 발전하듯 영화도 발전해야 하고 영화보는 이들도 더 큰 감동을 얻기위해 조금은 더 노력해야 합니다. 영화도 살아움직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보는 이들의 것이지만, 끝없이 더 좋은 영화를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것도 좋은 영화를 보고자 하는 이들의 책임입니다. 영구가 땡칠이가 나쁜 영화가 아니더라도 저급한 영화임에도 틀림없고, 영화라는 매체의 가장 큰 줄기인 이야기를 본다면 디워는 영구와 땡칠이에서 크게 발전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떼로 몰려 그다지 기득권도 아닌이들에게 (어찌보면 투쟁하는 소수에 가까운 이들을) 돌팔매질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이건 '나치'와 다를 바 없습니다. 또한 그런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내면서 이득을 내고 있는 '디워'의 자본주들 역시 별로 좋은 사람들 같지 않습니다. 만약에 디워가 허리우드에 박살이 난다면, 확대개봉은 커녕 소규모 개봉도 겨우했다가 평단에서 박살나고, 흥행도 형편없다면...
그 영화를 지지하던 이들의 정신적 공백은 어떡합니까? 아니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흥행에 성공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평론가들 린치와 숙청에라도 들어가는 겁니까? 그래서 충무로의 기득권은 사라지고(사실 디워 흥행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되는 이들은 충무론데 말입니다.) 새롭게 열심히 노력하는 sf, 괴수장르영화들만 살아남아서 계속 수출전선에 물량을 공급하면 되는 겁니까?
이번 기회가 우리 영화판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5-6년전에 용가리에 대한 평을 쓰면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나는데) 별로 그럴 것 같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쓰라린 경험이라도 좋으니 이번 사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발전적 의미를 얻었으면 합니다. 적어도 적같지도 않은 적들이 되어 치고박고 싸우는 거 옳지 못합니다. 적어도 이송희일이나 김조광수, 진중권은 그렇게 떼로 몰려가 돌팔매질 해야할 이들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Posted by 버디

